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초보 수동자동차 운전자 5일차 일지

생활정보

by 강가이버 2017. 10. 12. 23:56

본문


이번에 회사 차량을 트럭으로 바꿨습니다. 오 드디어 새 차를 몰아보는구나라고 좋아했지만, 상황이 저에게 안 좋게 돌아갑니다. 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동변속 자동차로 교체를 했네요. 수동 운전 울렁증이 있어서 대형면허도 기어 변속 한번 없이 딴 사람한테 (1종대형면허 합격하려면 강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자!) 수동 변속 차량을 운전하라니요ㅠ. 차만 봐도 한숨만 나왔죠.


1. 초보 수동자동차 운전자 5일차 일지  


오늘이 수동 트럭 운전한지 5일째네요. 다행히 지금은 스틱운전에 적응이 많이 돼서 운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5일 동안 정말 힘들었습니다. 운전 못하는 초보 수동기어 차량 운전자의 5일간 일지입니다.


1일차 : 시동이 안걸려?

드디어 처음 새차를 모는 날입니다. 스틱 운전을 잘하시는 선임이 옆에 타서 가르쳐 줄 거라 생각했지만, "말로 해봐야 소용없다. 직접 몰아보면 다 하는거다"라고 사라집니다. 그래도 혼자는 불안하니 막내를 옆에 태웠죠. 그 친구도 수동운전은 면허증 딸 때 빼곤 안 해봤지만 저보단 차에 대해 잘 아니까요. 떨리는 손으로 시동을 걸어봅니다. 악몽이 시작됩니다.


나 : 어랏? 키를 끝까지 돌렸는데 시동이 안걸려?

막내 : 예? 새차잖아요. 왜그러지? 혹시 클러치랑 브레이크 밟으셨어요?

나 : 당연하지 둘 다 밟고 키돌리고 있잖어. 이상하다. 이거 벌써 고장난거 아냐?

막내 : 그럴리가요ㅠ. 클러치 잘 밟으셨어요?


2. 기아 봉고3 4WD 수동기아 봉고3 4WD 수동


헉, 클러치를 밟는다고 밟았는데 끝까지 안 밟았네요. 그때 처음 알았죠. 클러치 밟는데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구요. 끝까지 밟으려면 왼발에 힘을 꽉 주고 밟아야 했습니다. 전 몰랐죠. 오토 운전할 때 브레이크나 악셀밟는 느낌으로만 생각하고 클러치를 너무 살짝 밟았던거죠.


나 : 기어 상단 왼쪽 끝으로 밀었는데 왜 후진이 안돼?

막내 : 선배님! 대형면허 어떻게 따셨어요?

나 : 왜? 나 후진한 기억이 안나.

막내 : 기어 아래쪽에 있는 스위치를 위로 누르고 상단 왼쪽 끝으로 밀면 R에 걸려요.



기어에 R-1-3-5로 쓰여 있어 저는 왼쪽 끝으로 밀면 R이 걸리는 줄 알았죠. 제가 정말 무식합니다ㅠ. 정말 그렇다면 큰일나겠죠. 당연히 평상시에는 후진기어가 안 먹도록 안전장치가 있어야겠죠. R을 넣으려면 기어봉 아래에 있는 스위치를 위로 올려야 걸린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3. 후진 기어후진 기어


힘들게 시동까지 걸고 후진도 익혔습니다. 오늘 목표는 오후 내내 연습하는거였지만 30분 연습하고 지쳐서 포기했습니다. 20분 동안 우회전만 하다가 10분 동안 좌회전도 해보고 기어도 5단까지 넣어봤네요. 물론 시동은 밥먹듯이 꺼뜨리고 3단 넣어야 되는데 1단 넣고 2단 넣어야 되는데 4단 넣고 난리입니다. 옆에 탄 직원의 표정이 계속 안좋았습니다.



2일차 : 오전 운전에 녹다운

첫날 실력으로는 도저히 시내에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둘째날은 시외 지역에 마침 일이 있어 연습도 할겸 차를 몰고 나갔죠.


나: 나 시내 나가도 될까?

막내: 절대 안됩니다.


그래도 한적한 시골길을 가다 보니 자신감이 조금 생깁니다. 하지만 평소 잘 아는 길도 헤매기 시작합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2단에서 3단 넣을 타이밍에 1단으로 잘못 넣는 실수는 여전합니다. 우회전할 때마다 기어를 바꾼다고 바꿔도 엔진이 덜덜거리는 것도 여전합니다. 출발할 때 시동꺼뜨리는 건 그래도 많이 줄였네요.


안되겠다 싶어서 쉬는 시간에 차를 멈추고 기어변속하는 연습만 30분 동안 했습니다. 1단→2단→3단→4단→5단→6단→5단→4단→3단→2단→1단, 이 과정을 능숙할 때까지 계속 반복했죠. 이것도 요령이 있었네요. 2단에서 3단으로 옮길 때에는 기어를 살짝 위로 올리면 기어가 자동으로 중립위치인 3단과 4단 사이로 가네요. 그러면 그대로 위로 올리면 3단이 걸렸습니다.


이걸 알고 나서 더이상 3단을 넣어야 되는데 1단을 넣는 실수는 안하게 되네요. 4단에서 5단넣을 때는 대각선으로 올린다는 느낌으로 하니까 잘 됩니다. 역시 연습과 노하우가 중요한 거 같습니다.


4. 수동 자동차 기어수동 자동차 기어


오늘은 오전에 3시간 운전하고 퍼졌습니다. 오전 내내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서 왼발에 힘만 들어가니 금방 지치더군요. 오후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기로 했죠. 다리가 후덜거립니다.



3일차 : 드디어 풀타임 운전

이틀 동안 연습도 했겠다 드디어 시내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시외지역까지 나가보긴 했지만 복잡한 시내는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죠. 어제 기어변속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단수를 잘못 넣는 실수는 안했습니다. 우회전이나 좌회전시 기어를 바꿔도 어느 정도 부드럽게 돌 수 있었습니다.


계속 운전을 하다보니 이 정도 속도면 몇 단을 넣어야 되는지 감이 조금씩 오더군요. 자신감도 붙고 운전에 여유가 생기려고 하니 역시나 위기가 찾아옵니다. 오르막길


막내: 선배님 엔진소리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나 : 왜케 덜덜거리냐.

막내 : 선배님 시동꺼지겠어요ㅠ



시내를 주행하다 오르막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멈춘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3단에서 운행 중이라 아무 생각없이 그냥 악셀을 밟고 갔죠. 그러다 중간에 다른 차가 끼어들어 속도가 좀 줄어들었죠. 그 상태에서 악셀을 밟으니 차가 덜덜거리기 시작하네요. 순간 당황했지만 재빨리 2단으로 바꿔서 겨우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오르막길 올라갈 때 탄력을 받은 상태가 아니라면 저단으로 바꿔서 힘을 받게 해야 된다는걸 또 배웠죠.


또다시 오르막길ㅠ. 이번엔 오르막길에 신호대기 상태입니다. 그렇게 심한 경사도 아닌데도 온몸에 땀이 났습니다. 게다가 뒤에는 버스가 바짝 붙어있으니 미치겠습니다.


나 : 어떻하지? 나 오르막길에서 출발하는건 연습을 안해봤는데ㅠ

막내 : 시동꺼지거나 밀리면 브레이크 밟아요.

나 : 아... 괜히 나왔다ㅠ


신호가 바뀌자 심호흡을 하고 클러치를 살살 땠죠. 그러나 결국 시동을 꺼뜨렸네요. 너무 긴장한 탓에 클러치를 떼면서 브레이크를 떼지 않고 꾹 밟고 있었네요. 다시 한번 마인드 컨트롤 후 클러치를 서서히 떼면서 브레이크를 떼고 악셀을 밟아줬죠. 오르막길이라 뒤로 움찔할 거 같았는데 생각보다 뒤로 밀리는 느낌은 안나더라고요. 드디어 오르막길에서도 조금이나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오르막길에서 고생한 거 왜엔 별일 없이 하루 종일 운전을 했습니다. 3일차가 되니 집에 와도 피로도도 거의 없고 몸도 많이 적응이 되네요.



4일차 : 비오는 가을날

어느 정도 적응했다 싶으니 비가 오네요. 갑자기 또 울렁증이 찾아오더군요. 아직 완벽히 수동 운전에 적응한 것도 아닌데 비까지 오다니. 그래도 어떻해요. 일하려면 나가야죠. 비가 오긴 했지만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운전했습니다.

 

나 : 나 실력이 많이 늘은거 같아.

막내 : 와우, 이제 잘 하시네요.


4일차부터는 동승자와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어도 바꾸기 시작하네요. 드디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수동운전 한달을 해도 적응을 못할 거 같았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빠릅니다.



5일차 : 이젠 힘들지 않아요.

이젠 수동운전이 조금씩 재밌어집니다. 3일차까지만 해도 힘들어서 짜증만 났었는데 오토 차량 운전하는거에 비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수동운전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갖는게 중요하고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해야 될거 같네요.


아직 급경사에서 출발하는 거는 자신이 없지만 그 외에는 어디든 갈 수 있을거 같습니다. 시간을 내서 급경사에서 연습을 하면 좀 더 완벽해질 거 같습니다. 그리고 기어 변속시 울컥거림도 처음에 비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승용차 수준의 승차감을 목표로 더 연습해야겠습니다.


5일 동안 천국과 지옥을 맛본거 같습니다. 그래도 지옥은 이제 벗어났으니 한결 마음이 가볍네요. 저도 수동운전에 대해 극도의 적대감과 울렁증이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또 아주 못할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동운전 처음 하시는 분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안전운전 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결론 :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 회사가 사람을 만든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