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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에 묶여 죽어가는 가로수 구조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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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이버 2016. 9. 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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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죽어가는 가로수 한 그루를 구조했습니다. 철사에 묶여 나무 밑동부터 잘리고 있던 나무였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결국 나무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써 볼까 합니다.

 

 

1. 조여오는 고통에 시달리는 나무

동료들과 작업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가로수 하나. 처음 본 직원이 하는 말은 나무가 "아파하는 소리가 들린다."였습니다. 나무를 지지하려고 받혀둔 지지대와 철사가 나무 밑동부터 파고든 상태에서 방치된 나무였습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나무를 감싸고 있던 철사는 나무속에 박혀 보이지도 않고 지지대는 나무와 거의 하나가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습니다. 비록 식물이라 해도 이런 광경을 보니 나 또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철사에 묶인 나무
철사에 묶인 나무

 

2. 가로수 구조작업

우리는 바로 구조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펜치로 굵은 철사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철사가 굵어 잘 펴지지도 않아 이 작업만 5분 이상 한 거 같습니다. 나무를 감싸고 있는 철사가 보이지 않아 풀어도 빼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는데 다행히 깊이 들어가지 않아 쉽게 철사를 뺄 수 있었습니다.

 

철사 제거
철사 제거

 

그렇게 철사를 제거하고 나니 이제 나무를 받치고 있는 서포트가 문제였습니다. 이미 나무와 하나가 되어 버린 상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손으로 잡아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무와 하나가 된 지지대
나무와 하나가 된 지지대

 

결국 마지막 방법으로 지지대를 부수기로 했습니다. 계속 발로 차니 지지대가 조금씩 금이 가더니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나무 지지대라 다행히 발로 차서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허리를 삐끗했는지 그 후 이틀 동안은 허리 통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ㅠ.

 

 

이렇게 지지대를 제거해놓고 보니 있던 자리만 움푹 패어 있습니다. 저 상태로 살려고 발버둥쳤던 나무를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3. 되살아난 나무

그렇게 죽어가는 나무를 살리고 나니 나 자신도 뿌듯했습니다. 주위에 있는 다른 가로수보다 유독 작은 나무였었는데 이제 맘껏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겠지요.

 

고통에서 해방된 가로수
고통에서 해방된 가로수

 

4. 착한 일을 해도 걱정해야 하는 세상

막상 나무를 살린다는 생각에 작업을 했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걱정이 앞섭니다. 어찌 됐건 나무 지지대는 공공재일 텐데 이를 무단으로 부수었으니 기물파손죄로 신고가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회사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누가 오해해서 어느 회사 직원이 나무를 발로 차고 있다고 민원이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괜히 지지대를 뽑아서 나무가 쓰러져서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지. 착한 일을 해도 영 찜찜합니다.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더니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고소를 당하는 세상입니다. 저도 예전에 술 취한 사람을 도와주려다 곤욕을 치른 일이 있어. 그 후부턴 아예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법으로 도덕적 의무를 강제하기 전에 선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의식이나 법적 장치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의를 가지고 한 일이 오히려 그 사람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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