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들의 영원한 희망? 바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마음 놓고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줄 수 있는 급식소일 것입니다. 여자친구 또한 캣맘인지라 급식소는 우리의 골치를 아프게 하던 문제였습니다. 작년에는 손수 DIY로 급식소를 만들기까지 했는데 결국 아직 장소의 문제로 설치를 못 했네요.
고양이 급식소 DIY 정말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렇게 열심히 만들어놓고 남아 있는 사진이 별로 없네요ㅠ. 오늘은 고양이 급식소를 만든 이유, 제작 과정에 대해 포스팅하겠습니다.
고양이 급식소가 없으면 비 오는 날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줄 수가 없습니다. 물에 불어터진 사료를 버리기가 일쑤였습니다. 매일 밥을 먹다 하루, 이틀 비 온다고 안 주면 또 음식물 쓰레기를 뒤질 거 아닌가요. 우리는 날씨에 상관없이 꾸준히 사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결국 인터넷에 파는 곳도 없고 어디서 사야 할지도 몰라 급식소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먼저 무엇으로 급식소를 만들어야 되나 고민을 했습니다. 나무,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재질 중 필수 조건은 아래와 같이 3가지입니다.
1) 쉽게 가공이 가능해야 한다.
2) 튼튼해야 한다.
3) 습기에 강해야 한다.
이 3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재질은 플라스틱이었습니다. 우리는 플라스틱 중에 아크릴로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근처에 아크릴 공장이 있어 직접 아크릴을 사러 갔습니다. 아크릴 공장에서 폴리카보네이트란 재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요즘 많이 쓰이는 소재로 용기나 건축자재로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렉산으로 된 비가림 지붕을 주위에서 많이 봤을 것입니다. 렉산(넥산)이라고도 하는데 렉산이란 GE사에서 만든 폴리카보네이트판재의 상품명으로 일반적으로 폴리카보네이트=렉산으로 혼용해서 자주 쓰입니다.
아무튼 아크릴 공장에 갔더니 아크릴을 살 것인지 폴리카보네이트를 살 것인지 물어보네요. 차이점을 물어보니 아크릴보다 폴리카보네이트가 강하고 잘 깨지지 않고 연성이 좋다고 합니다. 다른 장점보다 잘 깨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크릴의 경우 충격을 받으면 깨져서 산산조각이 나지만 폴리카보네이트는 충격을 받으면 휘어지지 잘 깨지지 않는다고 하내요.
혹시라도 급식소가 충격에 의해 깨져 유리처럼 파편이 흩어진다면 자칫 고양이들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잘 깨지지 않는 폴리카보네이트 120cmX60cm 4장을 구매했습니다. 두께는 2mm 이고요. 두께 2mm가 넘어가면 수작업으로 폴리카보네이트를 가공할 수 없기 때문에 공장에서 잘라야 한다고 합니다. 가격은 4~5만원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고양이 급식소는 여자친구 꺼 2개와 여자친구와 친한 캣맘 분에게 선물로 줄 것까지 해서 총 3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사료 그릇 사이즈, 물그릇 사이즈, 그 고양이 키 등을 고려하여 아래와 같이 사이즈가 나왔습니다. 지인 캣맘 분에게 줄 거는 좀 더 크게 해달라는 주문이 있어 더 크게 설계를 했습니다.
고양이급식소 중형 설계
고양이급식소 대형 설계
설계의 포인트는 빗물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4cm 정도 비가림 지붕을 적용했습니다. 빗물 유입을 막기 위해선 비가림 지붕이 길어야겠지만 너무 길면 고양이들이 활동하는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4cm로 정했습니다. 또한 사료 그릇과 물그릇이 급식소 밖으로 빠지지 않도록 문턱을 만들었습니다.
문턱은 바닥에 붙여버리면 급식소 안으로 들어간 빗물이 빠지지 않으므로 바닥에서 2cm 가량 띄워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보호색 개념으로 급식소 전체를 밀리터리 스티커를 붙이기로 했습니다. 여자친구가 그려준 기본적인 설계 및 주문사항을 참고하여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이 만들기로 했습니다.
고양이 급식소 최종 도안
고양이들이 급식소 위에 올라가거나 위에서 눌러도 잘 버티도록 지붕 아래 보 역할을 하는 부분을 보강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들이 밥을 먹다 고개를 들 때 머리를 찍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 부분은 제작 과정에서 빼기로 했습니다다. 문턱 부분도 문턱 역할도 하면서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간에 2개의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설계를 마친 후 바로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준비물은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용 본드, 아크릴 칼, 스텐자, 네임펜입니다. 작업순서는 도면대로 아크릴칼로 폴리카보네이트를 재단한 후 아크릴용 본드로 붙이면 됩니다. 그리고 완성이 되면 하루 정도 말린 후 밀리터리 시트지를 붙이면 됩니다. 밀리터리 시트지도 수많은 시트지 중 밀리터리 모양을 힘들게 찾아내서 구매를 했습니다. 가격은 만원 이내로 그렇게 비싸진 않았습니다.
말은 간단한데 실제 제작은 하루 온종일 걸리고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사진도 없으니 나중에 혹시라도 고양이 급식소를 또 만들 일이 있을 때 다시 포스팅해려고요. 아래는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을 마치고 본드가 잘 붙도록 말리고 있는 고양이급식소 사진입니다. 저 상태에서 시트지를 붙이면 됩니다.
고양이급식소 제작
1) 폴리카보네이트: 폴리카보네이트 2mm는 너무 얇아서 튼튼하게 제작을 할 수 없습니다. 방법은 2mm 두 장을 붙여서 4mm로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단, 모든 재단 작업이 2배가 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2) 아크릴용본드: 아크릴용 본드는 시중에 몇 천원에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대형 문구점에 있어요. 아크릴용이지만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도 아주 잘 붙습니다. 아크릴칼과 스텐자는 철물점에서 구매가 가능합니다.
3) 스텐자: 스텐자는 폴리카보네이트를 반듯이 자르기 위해 필요하며 적어도 1m 이상은 돼야 사용하기 편할 거에요.
4) 폴리카보네이트 재단: 폴리카보네이트 재단은 스텐자를 대고 아크릴칼로 수십 회 그어 금을 낸 후 힘을 줘서 쪼개면 됩니다.
5) 시트지 작업할 때에는 기포가 들어가지 않도록 잘 해야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시트지를 잘못 붙여서 올록볼록했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어 갈수록 깔끔하게 마감이 가능했습니다.
드디어 밀리터리 고양이급식소 중형, 대형이 탄생했습니다. 생각보다 완성도가 있게 나왔네요. 두께도 4mm나 되기 때문에 튼튼하고 플라스틱 소재에 마감도 플라스틱 시트지로 했기 때문에 습기에도 강하고 비바람에도 끄떡없을 것입니다. 여자친구, 지인 캣맘 분도 대만족입니다. 문제는 너무 완성도가 뛰어나니 설치를 하면 며칠 못가 누가 가져갈 거 같습니다. 누가 못 가져가도록 하는 방법을 또 고민해봐야 겠네요ㅠ.
고양이급식소
이렇게 예산 10만원 이하로 고양이급식소 3개를 DIY로 제작했습니다. 문제는 제작한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설치를 못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우선 급식소를 설치할만한 장소를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찾았다 해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자리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나, 일부러 그릇을 치우지 않나, 이래저래 시비 거는 사람도 많고, 요즘은 급식소 놓을 자리에 누가 똥까지 싸질러 놨네요.
캣맘에게 급식소 문제는 영원한 숙제인 거 같습니다. 올해 안에는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진행이 안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P.S. 결국 설치했는데 얼마 못가 도둑맞았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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