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가 중성화수술을 할 때가 됐네요. 동물병원에서는 5개월에 하면 좋다고 하는데 너무 이른 거 같아 6개월째에 중성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발정만 안 나면 천천히 진행하려고 했는데 발정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걸 보고 바로 중성화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초보 남집사의 수컷 고양이 중성화 수술의 준비부터 회복까지 모든 과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Preparation and Recovery of Male Cats from Neutering.
중성화수술을 할 애는 둘째로 현재 6개월, 3.6kg이며 코숏 고등어 수컷입니다. 개냥이 스타일로 암컷고양이와 친해지려고 부단이도 노력하는 성격 좋은 애죠. 스토커 수준으로 쫓아다니더니 요 며칠 전부터는 계속 삼색이 암컷고양이의 목덜미를 물려고 하는 것을 보고 주말에 바로 중성화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리집 고양이 소개
수컷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은 큰 수술도 아니고 동물병원에서 흔한 수술이기 때문에 굳이 유명한 병원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애들 스트레스 덜 받도록 가까운 동네 동물병원을 가는 것이 가장 좋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가까운 동네 동물병원에 전화해서 수술과 비용에 대해 문의를 했습니다.
고양이 수컷 중성화는 큰 수술이 아니라 15만원 선을 예상했으나 3군데 문의 결과 30만원대, 24만원, 18만원이 나왔습니다. 비용도 적당하고 집에서도 가깝고 그리고 전에 진료를 받은 적도 있어서 18만원하는 병원으로 선택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광주광역시로 동물병원마다 금액 차이가 많이 나네요. 너무 싸도 안되겠지만 굳이 비싼 돈 주고 중성화할 바에는 조금 싼 곳에서 하고 남은 돈으로 고양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수술 전 금식이 필요합니다. 수술하기 전 피검사를 한 후 마취를 하기 때문에 금식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수술은 토요일 아침 9시 30분으로 예약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전날 저녁 9시부터 금식을 하라고 합니다.
드디어 떨리는 수술날.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병원에 가면 무서워하기는커녕 호기심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애였는데 오늘은 자기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무서워하고 발버둥 치네요. 안전하게 피를 뽑기 위해 눈을 가리고 머리만 나오는 가방 같은 걸 씌우고 피를 뽑았습니다.
고양이 피뽑기
피검사는 고양이가 마취와 수술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절차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네요. 주로 간, 신장, 당, 단백질, 염증, 관련 검사를 합니다.
중성화수술 피검사 결과
피검사에 대해 설명들은 내용은 WBC 검사는 백혈구 검사라고 합니다. RBC는 적혈구(빈혈에 영향) 검사라고 합니다. RDW-CV 수치가 기준치보다 낮게 나와 이 부분을 물어보니 혈소판 관련 수치인데 다른 수치가 이상이 있을 때 참고하는 수치로 이상이 없다고 하네요.
또한 ALKP, ALT는 간수치로 정상이었습니다. BUN은 신장 검사인데 기준치보다 낮은 건 금식으로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며 높으면 문제지만 낮은 것은 괜찮다고 합니다. 결국 피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수술 전에는 수술 동의서도 작성했습니다. 수술하다 잘못되거나 후유증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병원에서 설명했으니 사인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피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수술 동의서를 작성하고 고양이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중성화 수술 동의서
고양이 수컷 중성화 수술은 실밥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내원할 필요는 없다고 하네요. 수술은 땅콩을 약간 절개해서 알을 제거하고 수술 부위를 붙여 놓으면 수술 부위가 말려들어가면서 상처가 아문다고 합니다.
고양이 수컷 중성화수술 땅콩
수술은 금방 끝났습니다. 9시 30분에 병원을 왔는데 10시 50분에 수술이 끝났습니다. 수술 전에 피검사하고 설명 듣고 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막상 수술시간은 얼마 안 걸렸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깔때기를 쓰고 혀 내밀고 누워있는 녀석을 보니 안쓰럽습니다. 고양이는 회복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오후 5시에 데리러 오기로 하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마취가 덜 깬 고양이
수술하고 가장 중요한 게 소변을 봐야 된다고 하면서 병원에서는 회복하면서 소변보는지 확인하고 다른 이상 없는지 본다고 합니다.
오후 5시 병원을 가서 먼저 수술 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깔때기(넥칼라)를 쓰고 일주일을 지내야 된다는 것!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한창 장난 좋아하고 뛰어다니는 어린애가 일주일 동안 그 불편한 깔때기를 쓰고 살아야되다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약은 소독약과 내복약을 받았습니다. 항생제, 소염제로 3일 치(아침,저녁)를 받았습니다. 소독약은 하루에 2~4번 상처 부위를 화장솜으로 충분히 적신 후 수술 부위를 소독해 주라고 합니다. 소독은 9일 동안 해주라고 하네요.
중성화 수술 후
집에 와서 보니 튼실했던 땅콩이 사라졌습니다.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네요ㅠ.
헤롱헤롱한 고양이
아직 마취가 덜 깼는지 눈빛이 아직도 헤롱헤롱합니다. 첫날은 계속 누워서 잠만 잤습니다.
그렇게 첫날 잠만 자더니 둘째 날부터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잘 먹고 똥도 싸기 시작했습니다. 우다다도 시작하고 점점 원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으나 넥카라는 영 마음에 들지 않나 봅니다.
문제는 일반 사료 그릇이나 물그릇이 넥칼라에 걸려 먹는 것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고민하다가 물은 아주 큰 반찬통에 담아주고 사료는 좁은 컵에 넣어 줬습니다. 컵의 바닥에 벨크로 찍찍이를 붙여서 방바닥에 딱 붙어서 밀어도 넘어지지 않도록 고정해 놓으니 사료와 물은 큰 불편함 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 넥카라 쓴 채로 물먹기
또 다른 문제는 똥 싸고 넥카라에 똥칠해서 오는 것. 똥 싸고 그냥 나오면 좋을 텐데 꼭 묻는다고 이리저리 모래 파헤치면서 왔다 갔다 하면서 넥카라로 온 집안에 똥을 퍼다 날랐습니다. 묵묵히 닦는 수밖에요ㅠ.
넥카라 쓰고 똥싸기
확실히 넥칼라를 쓰면 목이나 얼굴 쪽이 습해지는 거 같습니다. 가려운지 목을 긁는 경우가 많아 틈틈이 목을 긁어 주면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딱 일주일 후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상처 부위도 깨끗이 잘 아물었습니다. 먹는 거, 똥싸는 거, 활동성도 수술 전과 똑같이 돌아왔네요.
드디어 자유의 몸
수컷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이 가장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서 크게 걱정을 안 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이래저래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신경도 많이 쓰였습니다. 당부할 말은 넥칼라 쓴 고양이가 안쓰럽고 불편하다고 풀어주면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밥 먹을 때만이라도 풀어줄까도 했지만 한 번 풀어주면 오히려 더 넥카라를 벗고 싶어하고 깔때기만 붙잡고 있을 거 같아 꾹 참으니 어느새 일주일이 가더군요. 아무쪼록 수컷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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