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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의 원룸 화재 대피

고양이

by 강가이버 2017. 5. 6.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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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 별일을 다 겪어봅니다. 저번 달에 제가 사는 원룸에 불이 났습니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빨리 진화가 되었지만 실제로 화재를 겪어보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게다가 혼자도 아니고 고양이 2마리를 키우는 초보 남집사한테 이런 일이 생겨서 한바탕 난리를 치뤘습니다. 오늘은 고양이 집사의 원룸 화재 대피 수기로 원룸 화재 실제로 겪으면 어떤지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Cat Butler's Fire Evacuation.


새벽에 누가 문을 두드린다.

불금이 지나고 토요일 새벽 3시쯤, 누워서 잠이 들듯 말듯 한 상태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원룸 3층에 살고 있습니다. 갑자기 누가 현관문을 막 두드리더군요. 들어보니 우리집만 두드리는게 아니라 다른 집도 두드리는 거 같았습니다. 이 새벽에 술먹고 누가 장난치나보다 하고 무시하고 자려고 했습니다.

 

 

왠지 기분이 이상해

하지만 잠시 후엔 초인종도 눌러대더군요. 그때만 해도 진짜 누가 술취해서 장난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기분이 왠지 이상한 게 밖이 좀 소란스러운 거 같고 복도를 지나다니는 발소리도 많이 들렸습니다. 무슨 일이야? 하고 창문을 여는 순간! 연기와 냄새가 확 올라오고 아래에서 소방관들과 경찰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더군요. 제가 사는 3층 바로 아래 있는 1층에서 불이 나서 연기가 바로 우리집 창문으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출동한 소방차새벽에 출동한 소방차

 

 

얘들아 얼른 대피하자꾸나

순간 얼마나 놀랬던지.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 "여기 사람 있어요"라고 외치니 빨리 내려오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저는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저 혼자 살면 상관없는데 고양이 둘을 어찌해야 할지. 안 그래도 이동장에 들어가면 병원 가는 줄 알고 이동장 들어가는 걸 엄청 싫어하는 애들인데 정말 미치겠더군요. 싫다고 발버둥 치는 애들을 억지로 잡아서 이동장에 넣고 부랴부랴 뛰어내려오고 있는데 마주친 경찰이 큰불이 아니니 서두르지 말고 내려가라고 하는데 그게 맘처럼 안됐습니다.

 

주변도 소란스러운데 갑자기 잡아서 이동장에 넣으려고 하니 고양이들도 당황해서 저도 다치기도 했습니다. 상처야 금방 낫지만, 약한 고양이들이 조금이라도 독한 연기를 안 마시도록 최대한 빨리 잡아서 내려왔습니다. 뭐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보다는 무조건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고양이들 이동장에 넣다가 생긴 상처ㅠ고양이들 이동장에 넣다가 생긴 상처ㅠ

 

 

서로 의지하는 냥이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 불이 다 꺼지고, 소방관이 이제 들어가도 된다고 했습니다. 저도 많이 놀라긴 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또 이제 불이 꺼졌으니 괜찮다는 것을 아니까 상관 없지만, 영문도 모른 체 한시간 동안 이동장에 갇혀서 밖에서 무서워하고 있던 고양이들이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겁에 질린 고양이들겁에 질린 고양이들

 

집에 가서 이동장에서 꺼내 주니 역시나 둘 다 많이 놀랐는지 이불 속에 같이 숨어서 꼼짝을 안 하더군요. 원래 이렇게 같이 붙어 있는 경우가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사이인데. 동물들도 극한 상황에 닥치면 이렇게 서로 의지를 하나 봐요.

 

원래 이런 사이가 아닌데..원래 이런 사이가 아닌데..

 

 

원룸 화재 현장

그렇게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 1층을 가보니 원룸 내부가 생각보다 많이 탔습니다. 불이 번지지 않고 빨리 진화가 돼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불에 탄 원룸 1층불에 탄 원룸 1층

 

주워들은 얘기로는 방화라고 하는데 정말 미친놈 한 명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이렇게 직접 화재를 겪어 보니 저도 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이 났습니다. 그리고 화재를 대비해서 저 자신도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 집사의 화재 대비 및 대처

이동장은 무조건 고양이 마릿수만큼 가지고 있어야 됩니다. 저도 2마리를 키우면서 이동장이 1개밖에 없었는데 불이 나기 얼마 전에 1개 더 구매를 해서 운이 좋은 경우였습니다. 우리집 고양이 2마리가 사이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동장 1개에 2마리를 같이 넣는 걸 상상해 보면, 큰불이 나면 아마 고양이들 집어넣다가 질식해 죽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집사라면 집에 꼭 마릿수만큼 이동장을 가지고 있어야 됩니다. 사이가 안 좋은 경우는 필수입니다.

불이 나면 최대한 고양이들이 연기를 적게 마시도록 해야 합니다. 고양이들은 사람보다 몸도 작고 약해서 같은 양의 연기를 마셔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살아남은 고양이들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고요. 고양이들을 데리고 대피를 할 때 담요 같은 걸로 이동장을 감싸서 연기가 들어오는 걸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인 거 같습니다.

화재가 진화되고 집에 다시 데려왔을 때 고양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야 됩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했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잘 봐줘야 됩니다. 고양이들이 무섭고 불안하니 집에 있어도 구석으로 숨으려고 하고 자세를 낮춰서 엉금엉금 다니기도 했습니다. 또한 밥먹는 것과 똥싸는것도 잘 봐야 됩니다. 수컷 냥이야 다음날부터 밥도 잘 먹고 똥도 잘 쌌지만 암컷냥이는 이틀 후부터 밥먹고 똥을 싸더군요. 그만큼 이번 일이 고양이들에게 스트레스가 컸던 거 같습니다. 겁많은 암컷 냥이가 불안해 하지 않고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일주일이 걸렸습니다ㅠ.

 

 

화재 사각지대 원룸

제가 사는 원룸만 해도 소화기나 감지기, 발신기 등 기본적인 소방시설이 전혀 없었습니다. 불이 나기 전까지는 그런 거에 전혀 신경도 안 썼고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는데 막상 겪어보니 이런 설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이번에도 발신기만 있었어도 발신기 소리를 듣고 바로 대피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사람이 직접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는 바람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습니다. 원룸의 경우 화재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처벌 조항이 없다고 하니 빨리 제도적으로 개선이 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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